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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과학/과학 철학

귀납의 문제 - 흄의 회의주의

by BetterTogether 2020. 10. 22.

인류는 과학의 발전과 더불어 삶의 질이 대폭 향상되었다. 이러한 과학은 경험으로부터의 일반화에 근거해서 지식을 만들고, 정당화한다. 즉 경험들을 바탕으로 일반화를 만들어내는 귀납적 방법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귀납적인 방법은 과연 정당성이 있을까? 흄은 귀납의 문제에 대해 논의하였고, 이는 서양 철학 특히 과학 철학의 발전에 심대한 영향을 끼쳤다.

 


귀납의 문제

 

- 명제의 두 가지 유형

흄은 명제를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누었다. 하나는 관념들의 관계에 관한 명제이고, 다른 하나는 사실의 문제들에 관한 명제이다. 예를 들어, 관념들의 관계에 관한 명제는 "말은 동물이다", "사각형의 내각의 합은 360도이다"와 같이 어떠한 개념이나 관념들의 관계를 설명하는 명제를 말한다. 흄은 수학도 이러한 관념들의 관계라고 이야기 한다. 또 사실의 문제들에 관한 명제의 예시는, "눈은 하얗다", "모든 까마귀는 검은색이다" 등이 있다. 이는 어떠한 사실(fact)에 관한 내용이다.

흄은 관념들의 관계에 관한 명제는 참 거짓을 증명할 수 있다고 한다. 흔히 우리가 사용하는 귀류법을 사용하여 명제의 부정이 모순됨을 보임으로써 증명하는 것이다. 어떠한 명제가 참임을 증명하기 위해서 그 명제가 거짓이라고 가정했을 때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던 다른 명제와 모순이 되는 상황이라면 이는 거짓의 부정인 참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는 다르게 사실에 관한 명제는 관념들이 논리적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다. 예를 들어, "에베르스트는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와 같은 사실 명제는 산, 가장높은, 지구 사이에 논리적인 관계가 없다. 따라서 이러한 사실에 관한 명제는 감각적 경험들만을 이용해서 명제들의 참 거짓을 판별할 수 있는 것이다.

흄은 형이상학적이거나 신학적인 사변인 사실적인 명제에 관련된 논제에 대해서는 매우 회의적이었다. 이처럼 흄은 사실 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이분법적인 사고를 하였고 이는 흄의 이분법(Hume's fork)로 알려져 있다.

 

- 원인과 결과

사실에 관한 명제는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 우리는 사실에 관한 명제를 연역적으로 증명할 수 없다. 왜냐하면 사실 명제의 부정은 모순이 아니기 때문이다. 흄은 과거와 현재에서 일어난 경험의 범위를 넘어서는 모든 생각이나 추리들은 원인과 결과의 관계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우리가 내일도 태양이 뜰 것이라는 것과 당구공을 치면 나아간다는 것들은 이전에 우리가 봐왔던 현상이나 우리가 믿어오던 믿음을 증거로 하여 믿고 있는 명제들이다. 논리적 관계를 가지지 않는 관념들을 이어주는 것은 또다시 인과적 관계이다. 흄은 이것을 귀납의 기초라고 말하며, 사실의 문제들에 관한 지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과관계에 대한 지식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흄은 이러한 인과관계가 유지되지 않는다고 가정한다. 왜냐하면 사실에 관한 명제는 어떠한 모순도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과관계를 경험에 의해서만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즉 과거의 경험으로 부터 미래의 작용을 추정하는 것에 불과한 것이다. 그래서 흄에게는 인과성이란 상시적 연접을 의미한다. 이는 A가 B를 야기한다라는 말이 A가 우리 경험 속에서 항상 B와 연접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흄은 시공간적으로 연계되는 관계를 접근이라고 표현하며 인과성의 중요한 특성이라고 말한다. 인과 관계의 대표적인 특성은 원인이 시간적으로 볼 때 결과보다 선행된다는 것이 있다.

흄은 우리들이 필연적 연계성을 경험할 수 없기 때문에 필연적 연계성으로 믿을만한 주장은 없다고 이야기한다. 따라서 경험만이 주장의 근거가 될 수 있는데, 경험은 과거와 현재에만 존재하므로 미래에 대한 논의를 할 때에는 경험이 근거의 기초가 될 수 없다. 예를 들어, 주사위가 지금까지 계속 6이 나왔다고 해서 다음에도 6이 나올지는 모르는 것이다. 그래서 흄은 어떠한 정당화도 제공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회의적인 주장을 펼친다.

 

실제로 유명한 예시가 있다. 유럽 사람들은 호주 대륙을 발견하기 전까지 모든 백조는 하얗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호주 대륙에서 검은 백조를 발견함으로써 "모든 백조는 하얗다"라는 명제는 거짓이 된 것이다. 과거와 현재에 계속 백조가 하얗더라도 미래에 그렇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 귀납의 문제에 대한 흄의 주장

흄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사실들은 경험에 의해서 지각되고 판단될 수 있으며, 따라서 귀납적인 방법으로 사실에 대한 참거짓을 판별할 수 있다고 말한다.(필연적 관계로써는 판단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또한, 우리들은 미래가 과거와 비슷할 것이라고 믿을 만한 독립적인 근거를 가지고 있지 않으며, 귀납적 논증은 전제들이 모두 참이더라도 결론이 거짓일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에 귀납을 옹호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주장한다.

흄은 귀납에 대해 회의적으로 이야기 하면서 그럼에도 우리가 귀납을 이용할 수 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인간은 심리학적인 성향 때문에 계속해서 귀납적인 추론을 한다고 주장한다. 이성으로 얻을 수 있는 정보를 넘어서서 그 이상의 내용을 이용해 자연의 제일성과 인과관계들의 존재를 믿고자 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라고 이야기 한다. 

정리하자면, 흄은 귀납적 추론은 미래가 과거와 유사할 것이라는 합리적인 근거가 없기 때문에 정당화 될 수 없다고 말한다. 즉, 귀납은 귀납에 의해서만 정당화 될 수 있는데, 이는 순환론적으로 전개되는 것이므로 합리적인 정당화가 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처럼 흄의 주장을 따른다면, 우리가 그동안 이루어온 과학의 발전과 지식들은 다 무의미한 것일까? 이에 대해 다른 철학자들은 귀납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과 해소책들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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